[OEM] 현대차그룹, 니로·코나 이어 EV5에 中 CATL 삼원계 배터리 탑재 결정
출처 : 매일경제 (2025.7.16.)

기아가 EV5에 중국산 삼원계 배터리를 채택한 것은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에 처음으로 중국산 배터리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차그룹이 중국산 배터리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소형 SUV 니로EV에 중국 CATL의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배터리를 채택했고, 소형차인 레이EV에도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 중이다.
목적기반차량(PBV)인 PV5에도 CATL NCM 배터리를 쓰고 있다. 현대차 역시 소형 SUV 코나일렉트릭에 CATL NCM 배터리를 사용 중이다. 이런 모델들은 소형 SUV라는 특성상 중국산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점이 작용했다.
또 소형 SUV의 경우 시장에서 많이 팔리고 파괴력을 갖는 이른바 볼륨 모델이 아니라는 점도 현대차의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EV5의 경우 준중형 SUV인 만큼 지금까지의 중국산 배터리 적용 모델과는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더 중요한 점은 이번 채택이 앞으로도 중국산 배터리 채택이 늘어날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기아의 EV6와 EV9에 SK온 배터리가, 현대차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9에도 SK온 배터리가 탑재돼 있는 등 중형과 대형 SUV에는 예외 없이 한국 배터리들이 들어가 있으나 향후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 중요성을 고려할 때 중국산 배터리 침투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
특히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해 전기차 수요가 정체된 데다 전기차 가격이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보다 비싼 상황이다.
더구나 전기차 보조금까지 점차 줄어드는 추세에서는 성능이 좋고 저렴한 배터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대차가 단순히 가격만 놓고 CATL 배터리를 선택했다고 보지 않는다. 이미 품질도 기준을 충족한 것"이라며 "중국산 배터리가 앞으로 국내 모델에도 소형 차량에서 준중형으로, 준중형에서 중형·대형 차량으로 계속해서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공급망 다변화와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서도 현대차의 중국산 배터리 채택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실제로 현대차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내놓는 모델에는 예외 없이 중국산 배터리를 써왔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차량 설계 단계에서부터 완성차 회사가 배터리사와 긴밀하게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 전략형 모델이 국내로 들어오거나, 제3국으로 차를 수출할 경우에도 중국산 배터리가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대차는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 공조해야 한다. 전기차 대중화를 앞두고 글로벌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공급망을 갖는 것이 필수적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산 배터리 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는 국내 배터리 기업과 굳건한 동맹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대중 제재 속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이미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