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한국경제 (2024.10.19)
“중국 경제는 순환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서로 뒤엉켜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악순환에 빠졌다.”(파이낸셜타임스) “지금처럼 정책 입안자들이 경기 부양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데 주저하면 성장률 제고가 쉽지 않다.”(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두 분기 연속으로 5%를 밑돈 중국의 성장률을 두고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장기 침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새로운 ‘중국발 쇼크’가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8일 1년 반 만에 최악인 올 3분기 성장률을 발표하면서 중국 정부의 부담은 더 커졌다. 전년 동기 대비 4.6%라는 3분기 성장률이 월가의 전망치(4.5%)를 소폭 웃돌긴 했지만 연간 5%라는 중국 정부의 목표치를 달성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치여서다. 올 3분기까지 누적 성장률이 4.8%에 그쳤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려면 남은 4분기에 5%대 중후반으로 큰 폭 성장해야 한다.
실제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말 1조위안(약 190조원)의 유동성 공급을 결정했으며 이달 들어선 연말까지 부동산 개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대출 규모를 1조7700억위안 늘리기로 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도 예고했다. 판궁성 인민은행장은 이날 “이미 상업은행들이 인하된 예금 금리를 발표했고, 오는 21일 공표될 대출우대금리(LPR) 역시 기존보다 0.2~0.25%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경기 부양책 효과가 나타나면서 4분기 성장률이 회복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9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5.4% 늘었다. 전월(4.5%)은 물론 시장 전망치도 뛰어넘었다. 소매판매도 시장 전망치와 전월 증가폭을 웃도는 3.2% 증가율을 기록했다.
국가통계국은 “1~3분기 복잡한 외부 환경이 있었지만 생산·수요 지표가 호전되고 있으며 시장 심리도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중국 정부의 자평에도 내수 장기 침체에 따른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중국 경제의 핵심인 수출이 삐걱거리고 있는 데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8개월 연속 0%대 상승에 머물러 있어서다.
국제기관과 투자은행들은 내년에도 중국 경제가 그다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내놓고 있는 경기 부양책들이 장기적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심층적인 구조개혁 성격이 아니어서다. 부진한 소비와 고질적인 부동산 시장 둔화가 내년에도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올해 연간으로 4.8% 성장할 것이며, 내년엔 4.5%로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은행(WB)은 잇따른 경기 부양책에도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4.3%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날 “중국 경제는 더 이상 수출에만 의존할 수 없으며, 소비 주도형 경제 모델로 전환하지 않으면 성장 둔화 위기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제 둔화에서 서둘러 빠져나오지 못하면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이 심화되고, 결국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린 송 ING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년간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급증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자재 시장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후이 샨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기 둔화가 호주와 브라질 철광석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한국 역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제 분석 업체인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중국의 공장 생산량 감소는 한국, 일본, 대만의 대중국 첨단 중간재 수출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디플레 수출도 우려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세계 수요에 의존해 (디플레 수출로) 경제를 되살리려고 한다면 세계 경제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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