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전자신문 (2024.4.7)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에 접어들며 배터리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수반하는 상황에서 수요 감소에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까지 나서 배터리 업계 영향이 더 커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기차 둔화 못 피한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매출 6조1287억원, 영업이익 1573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9% 줄고 영업이익은 75.2% 감소한 수치다. 1분기 실적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1889억원이 반영됐는데, 이를 제외하면 316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다른 국내 배터리 기업 1분기 실적도 부진이 예상된다. 삼성SDI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4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9%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규모를 역대 최소치(186억원)로 줄였던 SK온은 2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적자폭이 커질 전망이다.
실적 부진은 전기차 수요 부진과 메탈 가격 하락에 따른 납품 단가 하락이다. 전기차 판매가 줄며 배터리 주문이 줄었다. 테슬라의 1분기 전기차 인도량은 38만68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했다. 제너럴모터스(GM)의 1분기 전기차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1만6425대를 기록했다.
◇전동화 속속 연기…한파 길어지나
걱정은 수요 부진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냐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주요 완성차 업체는 전동화 계획을 속속 연기하고 있다.
포드는 미국 테네시주 공장 전기차 인도 시점을 2025년에서 2026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공장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생산 시점도 기존 2025년에서 2027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앞서 메르세데스 벤츠는 전동화 전환을 5년 연기했으며, GM은 2035년까지 신차를 모두 전기차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는데, 전기차 판매 둔화에 따라 기존에 밝혔던 생산 목표를 아예 폐기했다.
전기차 전환을 대비, 대규모 투자에 나섰던 배터리 업계에 수요 둔화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경영에 변화를 일으키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SK온은 지속된 적자에 모회사까지 영향을 받는 중이다. S&P글로벌은 최근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로 하향조정했다. SK온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SK이노베이션이 분리막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지분 매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펴온 LG에너지솔루션은 1월 콘퍼런스콜과 지난달 주총에서 잇달아 중장기 계획은 변함없이 유지하되 투자속도는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 부진은 적어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하반기 이후 재고 소진과 금리 인하, 전기차 신차 출시 등으로 점진적인 수요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수요 둔화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 상황을 두고봐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요 상승에 대비해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캐즘 극복을 위해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 등 획기적인 기술 개선이나 전기차 가격 인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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