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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수 전 LG엔솔 부회장 인터뷰…중국의 힘(이데일리)

스토리 킹 2025. 6. 2.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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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데일리 (2025.6.2.)

출처 : 이데일리

—이력—

△서울대 경영학과 △카이스트 산업공학 석사 △LG전자 재경부문장 사장 △LG디스플레이 사장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 △LG유플러스 부회장 △(주)LG 부회장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본문—


“중국에 출장 갔을 때마다 ‘이거 큰일 났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이라도 위기를 인식한 것은 다행인데, 뾰족한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 그게 문제입니다.”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지난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에서 배터리 사업을 총괄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중국이 배터리 등에서 한국 산업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며 이렇게 말했다.

기자가 사무실을 찾았을 때도 그는 세계 최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극재 기업인 중국 후난위넝의 최고위 인사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LFP 양극재 시장에서 후난위넝은 30.1%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글로벌 톱10이 모두 중국 회사였다. 그는 “후난위넝만 해도 지난 2016년 설립됐으니 아직 10년이 채 안 된 회사”라며 “중국은 후난위넝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한 창업가들이 죽기 살기로 일하는 문화가 시작됐다”고 했다.

-중국 배터리의 기술력은 어느 정도인가.

△중국이 전체적인 LFP 제품력 면에서는 한국보다 확실한 우위다. 코스트(비용)는 한국과 비교조차 안 된다. 인건비, 재료비, 정부 지원 등을 더하면 한국보다 25~30%는 더 적다.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중저가형 배터리 쪽으로 가고 있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중국이 우세일 수밖에 없다. 정말 위기가 오고 있는 거다.

-중국 출장을 갔을 때마다 달라지는 게 느껴졌나.

△그렇다. 매달 갈 때마다 놀라는 정도가 점점 더 높아졌다. 정말 대한민국 기업들 무너지겠다, 큰일 났다 생각했다.

-중국 테크 굴기의 힘은 어디서 오는가.

△첫 번째는 모두 창업가들이라는 점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세계 1위인 CATL은 쩡위췬 회장이, 2위인 BYD는 왕촨푸 회장이 각각 창업한 회사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레이쥔 샤오미 회장 모두 창업자 아닌가. 그들은 맨몸에서 시작해 위험을 감수하고 몸을 던져서 일한다. 기업가정신이 정말 중요한데, 중국은 그런 문화가 시작됐다. 두 번째는 인재가 많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교육 시킨 인재들이 굉장히 많고, 해외 유학도 많이 보낸다.

-또 있는가.

정부 지원이다. 제가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으로) 배터리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한국 배터리가 더 강했다. 당시 중국에 진출하려고 준비를 많이 했고 2013년에는 중국 고객사들을 많이 확보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갑자기 한국산 배터리 수입을 금지하면서 제동을 걸었다. 항의하면 다른 것으로 또 제동을 걸 테니,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중국이다. 그즈음부터 중국 정부가 보호막을 쳐준 10여년간 엄청나게 노력해서 한국을 능가하게 된 거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규모를 추정할 수 있나.

△그건 굉장히 어렵다. 그런데 꼭 보조금만 주는 게 아니라 여러 형태의 지원이 있다. 중국 정부가 개입해 중국산 부품을 얼마에 사라는 것까지 정한다. 그런 것은 지원 내역에 나오지도 않는다. 중국은 그런 게 가능하다.


-K배터리는 아직 기회가 있는가.

△골든타임은 지금부터 5년이다. 중국 배터리 회사들은 해외 공장이 없는데, 이제 해외로 나올 수밖에 없다. 자동차 업체들이 공급 문제로 공장 가까이 오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단 CATL이 독일에서 실패했다. 그래도 다시 나와야 한다. 중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편하게 일했다. 인건비 싸고 직원들이 말도 잘 듣고. 그러나 해외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다. 중국 기업들이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때가 기회다.

-그 기회를 어떻게 살려야 하나.

△한국이 확실히 차별화를 하려면 중국보다 훨씬 더 뛰어나야 한다. 고객사들이 봤을 때 해외 공장 운영상 한국이 훨씬 뛰어나면, 조금 더 비싸더라도 한국 배터리를 사줄 거다. 그래서 승부를 걸어야 하는 게 스마트 팩토리다.

-스마트 팩토리는 무엇인가.

△사람에 의존하지 않는 공장이다. (AI를 통해) 모든 것을 데이터에 근거해 기계가 움직이도록 해 거의 무인화로 가는 것이다. 배터리는 매우 예민하다. 조금만 뭔가 뒤틀어지더라도 바로 화재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그 정교함은 갈수록 더 높아진다. 다른 제품들은 사고가 나더라도 고장 수준인데, 배터리는 그렇지 않다. 스마트 팩토리로 가지 않으면 배터리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QCD(품질·비용·납기) 경쟁력을 높이면 한국 배터리가 10~15% 비싸더라도 고객사들은 사줄 것이다. 그게 유일한 승부처다. 위기이기 때문에 정말 최선을 다해서 위기를 넘으려 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지금 시련이 약이 됐으면 한다.

-한국 정부가 배터리 보조금을 줘야 하나.

△그렇다. 보조금이 필요하다고 본다. 배터리 수요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국가전략산업으로 키워야 한다. 특히 중국과 싸워서 이기려면 더욱 그렇다.

-산업계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정말 위기다. 정부가 부처 개편을 해서라도 일사불란하게 산업정책을 끌고 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