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매일경제 (2024.12.27)
전기차 기술·가격 경쟁력의 핵심인 'EV 플랫폼'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뿐 아니라 배터리·가전 업체들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 업체인 중국 CATL은 지난 24일 중국 상하이에서 자체 개발한 전기차 플랫폼 '판스(Panshi·磐石)'를 선보였다. 행사에서 CATL은 "해당 플랫폼은 시속 120㎞로 진행된 충돌 테스트에서도 화재나 폭발이 일어나지 않음을 입증했다"며 "최고의 안전성을 자랑한다"고 강조했다.
CATL에 따르면 '배터리-섀시 일체화' 기술을 적용해 만들어진 판스 플랫폼은 1회 충전으로 약 1000㎞를 주행할 수 있어 현재 전기차의 주행 거리인 400~500㎞를 크게 상회한다. 또 타사의 전기차 플랫폼은 대량 생산 준비에 36개월 이상이 걸리지만 CATL의 플랫폼을 사용하면 양산 준비 기간을 12~18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CATL은 "창안자동차·화웨이와 합작해 만든 전기차 스타트업 '아바타(Avatr)'가 이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출시할 예정"이라며 "플랫폼 개발 비용을 절감하려는 해외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에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이폰 제조로 유명한 대만의 폭스콘은 2021년 선보인 전기차 플랫폼 'MIH'를 지속적으로 개량 중이며, 지난 9월에는 MIH 플랫폼을 적용한 콘셉트카를 내놓았다. 또 전기차를 직접 제조하기 위해 미국 오하이오 공장을 인수했으며 중국 장저우에서도 전기차 공장을 건설 중이다.
전기차 플랫폼은 차량의 동력원과 구동계, 제어 시스템을 통합한 시스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전기차 플랫폼 위에 차체만 만들어 얹으면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배터리·가전 업체의 전기차 플랫폼 시장 진출은 기존 완성차 업체들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본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누구나 전기차 플랫폼을 사서 쓸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뜻"이라며 "기술 경쟁력이 떨어지는 완성차 업체들에는 큰 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경쟁자들과 맞서기 위해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신형 전기차 플랫폼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1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개발해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했다. E-GMP는 효율적인 배터리 배치와 탑승자의 안전을 우선으로 한 설계를 통해 주행 거리가 늘어나게 한 것은 물론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미국·유럽의 각종 안전도 테스트에서 최고 등급을 획득하게 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현대차그룹은 2025년 공개를 목표로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인 'eM'과 'eS'를 개발 중이다. 새로운 플랫폼들은 부품 공용화 비율을 높여 전기차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주행 거리를 지금보다 1.5배가량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제어 시스템도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 시스템과 무선 업데이트 등을 적용할 수 있도록 새로 개발한다.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는 현재 사용 중인 전기차 플랫폼 'e-TNGA'에 만족하지 않고 바퀴 내부에 모터를 집어넣은 '인 휠 모터' 기술 등을 활용한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도 현재 4개로 나뉘어 있는 전기차 플랫폼을 하나로 통합한 '확장형 시스템 플랫폼(SSP)'를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기술 개발에도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CATL과 BYD 등 배터리 생산부터 시작한 업체들은 배터리 단가를 낮춰 전기차 가격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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