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매일경제 (2024.10.30)
1913년 헨리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으로 상징되는 유럽과 미국의 대표 완성차 기업들이 지난 한 세기 동안 누려왔던 영광을 뒤로하며 고강도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렸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에서 내수 침체로 급격한 매출 쇼크가 발생한 데다 중국 기업들이 가성비로 무장한 전기차(EV)로 유럽 안방을 공략하며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경쟁에서 중국 기업들이 민첩한 스타트업 형태로 기술 혁신에 성공한 것과 달리 폭스바겐과 포드 등 공룡 몸집의 서구 완성차 기업들이 혁신 경쟁에서 굼뜨게 움직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폭스바겐을 비롯해 스텔란티스·푸조 등 유럽·미국 완성차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전통 강호인 유럽·미국 기업들이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과잉 생산 △중국산 EV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포드는 EV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며 3분기 순이익 9억달러(약 1조2500억원)로 줄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에 순이익 12억달러(약 1조7000억원)를 거뒀던 것과 비교하면 25% 줄어든 수치다. 3분기 매출은 462억달러(약 64조원)로 집계됐다. 폭스바겐은 독일 생산시설 3곳을 폐쇄하고 직원 임금을 10% 삭감하기로 했다. EV 수요가 줄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FT는 "유럽에선 배터리가 비싸 EV 생산비용이 높다"며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전기차와 더 많은 충전소를 원하고 있기에 구매를 계속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유럽연합(EU)의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며 휘발유·디젤 차량 수요도 줄고 있다.
그러나 과잉 생산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들이 관세를 피하고자 유럽·미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면 생산량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제임스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이 글로벌 가격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위기로 치닫는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은 저비용·고품질 EV를 앞세우며 빈틈을 노리고 있다. FT는 "유럽 기업들보다 30% 낮은 비용으로 EV를 생산한다"고 짚었다.
중국 기업들은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배터리 업계 간 합종연횡을 바탕으로 유럽·미국에서 질주를 이어 가고 있다. 화웨이·샤오미 등이 완성차 기업들과 끈끈한 파트너십을 맺고 신차 개발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유럽·미국은 관세 성벽을 높이 쌓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대선을 앞두고 중국산 EV에 붙는 관세를 25%에서 100%로 올리기로 했다. EU도 중국산 EV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최고 45%까지 높였다.
기업들은 보호무역주의 기조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올리버 칩제 BMW그룹 회장은 "보호무역주의는 소비자들이 차량을 더 비싸게 사게 만든다"며 "결국에는 유럽 공장 폐쇄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이 경쟁 당사자이면서도 최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로베르토 바바소리 이탈리아 자동차산업협회장은 "중국은 방 안의 코끼리"라며 "완성차 기업들에 중국은 가장 큰 위협이자 가장 큰 고객"이라고 말했다. 방 안의 코끼리는 누구든 위기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해결하지 않으려는 문제를 뜻한다.
유럽·미국 완성차 기업들의 중국 내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지난달 FAW 폭스바겐과 SAIC GM의 중국 판매량은 각각 14만8285대, 2만2063대로 줄었다. 양사는 지난해 3월에는 각각 16만5484대, 6만2803대를 팔았다. 같은 기간 웨다 기아의 판매량이 9594대에서 2만1958대로 급증한 것과 대비된다. 높은 금리의 자동차 대출 여건과 위축된 소비심리도 문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 방어를 위해 잇달아 정책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소비시장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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