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5.20(월)
美 안 따라간다…세계 '통화정책 디커플링'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차별화하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브라질과 스웨덴 등은 금리를 내렸고 인도네시아와 튀르키예 등은 금리를 오히려 올렸다. 각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금리를 인상하던 ‘통화정책 동조화’ 기조가 깨지면서 금리 인하 시점을 놓고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럽은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스위스는 지난 3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연 1.5%로 인하했다. 물가상승률이 1%대로 낮아진 덕분이다. 스웨덴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4.0%에서 연 3.75%로 내렸다. 물가상승률이 4%로 여전히 높지만 1분기 경제성장률이 -1.1%를 기록해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진 영향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다음달 금리 인하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각국 통화정책이 탈동조화하면서 한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를) 할 수도 있고 나중에 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키웠지만 이달에는 “기존 판단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 시각도 엇갈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통화정책을 경제 여건이 다른 미국 등 특정 국가의 정책 기조에 동조화하기보다는 거시경제 상황을 감안해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에 앞서 금리를 내리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이 미국보다 앞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미국은 9월, 한국은 10월 또는 11월에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ECB에 발끈한 러…유럽銀 3곳 금융제재
유럽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발(發) 대규모 금융 제재에 직면했다.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다가 당한 '반격'이라 유럽 내부에서 혼란이 불가피하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대러 제재 '단일대오'에 일부 분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재법원이 전날인 16일 이탈리아 은행 우니크레디트의 증권, 부동산, 계좌 등 러시아 현지 자산 4억6270만유로(약 6817억원)를 압류했다고 보도했다. 법원은 우니크레디트의 러시아 자회사인 우니크레디트 리싱과 우니크레디트 가란트 지분 100%에 대해서도 압류 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같은 날 독일 도이체방크의 자산과 도이체방크 자회사인 도이체방크 기술센터 지분 등 2억3860만유로(약 3515억원)를 동결하라고 명령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에 대해서도 증권, 계좌, 모스크바 내 건물 등 부동산 총 9368만8000유로(약 1380억원) 규모 자산을 압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총 압류 명령 규모는 약 7억5000만유로(약 1조1050억원)에 달한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이 50%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 'RCA'가 이들 은행에 제기한 소송에서 승리한 데 따른 결과다. RCA는 독일의 산업용 가스 회사 '린데'와 함께 발트해 연안 우스트루가 항구에서 진행하던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건설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중단됐을 때, 앞서 보증을 제공했던 은행들이 프로젝트 중단에도 불구하고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소를 제기했다. 당장 러시아에서 은행들의 자산은 압류될 수밖에 없지만, 향후 법적 다툼의 여지는 남아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보증 계약서는 분쟁이 발생할 경우 영국 법에 따라 프랑스 파리 중재법원에서 이를 다룬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영국 대법원은 지난달 RCA에 러시아에서의 소송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은행들도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재법원에 관할권 항변을 했지만, 법원은 이를 거부하고 심리를 진행했다. 국제법 차원에서 효력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들은 신중론을 취하고 있다. 우니크레디트는 성명을 통해 "자회사 전체가 아니라 러시아 사업부의 자산 일부에만 영향을 미친다"며 "나머지 세부 사항은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도이체방크는 "러시아 법원의 결정에 대한 이행 상황을 보고 러시아 영업의 즉각적인 영향에 대해 평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의 '대러 제재 방정식'은 복잡하게 됐다. 러시아가 유럽 은행들에 이 정도의 대규모 제재를 직접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그 배경이 미국 눈치를 본 유럽중앙은행(ECB)의 '지령' 때문이라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가 최근 몇 주 동안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20개국) 은행들에 서한을 보내 러시아 철수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요구했다고 17일 보도했다. ECB는 서한에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를 언급하고 "러시아를 지원하는 유럽 기관들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요청 배경을 설명했다. FT는 ECB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유럽 금융기관들을 제재하기 시작하면 유럽의 은행 시스템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이번 압류 결정과 관련해 러시아에서 사업을 철수시키도록 유도하고 있는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외국 은행들의 자산을 동결해 '탈출'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러시아의 '맞불'이라는 평가다. 실제 이번에 가장 많은 자산을 러시아 법원으로부터 압류당한 우니크레디트는 당장 6월 1일까지 ECB에 사업 철수 계획과 관련한 상세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
향후 미국 주도의 대러 제재를 둘러싸고 유럽 내에서 잡음이 커질 염려도 있다. 러시아에 자회사를 둔 은행에 자문을 주는 금융계 인사는 "미국 개입에 대한 ECB의 대응은 유럽의 미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을 보여준다"며 "ECB는 유럽 기업들을 평가하는 데 있어 지도자가 아닌 추종자에 가깝다"고 말했다.
2024.5.21(화)
이란 대통령 사망…중동 정세 더 꼬이나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고 20일 이란 정부가 공식 확인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테헤란의 도살자’라고 불린 이슬람 강경 보수 지도자다.
이란 국영 매체 프레스TV에 따르면 이란 내각은 이날 오전 모하마드 모흐베르 수석부통령이 소집한 긴급회의 후 성명에서 라이시 대통령 일행의 ‘순교’를 공식 발표하고 “국정은 아무런 차질 없이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모흐베르 부통령이 대통령 업무를 수행한다. 이란은 오는 7월 대통령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이란 국가 원수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강력한 후계자로 지목됐던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으로 이란 지도부에 공백이 생겼다. 이에 이란 내부는 물론 중동 정세에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이란에 제재를 가해온 미국 역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의 헬기 추락과 사망 소식이 전해지며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한때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ICC, 네타냐후 체포영장 청구
국제형사재판소(ICC)가 가자지구 전쟁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자들을 상대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CNN이 20일 보도했다. ICC가 처음으로 미국의 동맹국인 이스라엘 지도자에 대한 체포 영장을 청구한 사례다.
보도에 따르면 카림 칸 ICC 검사장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하마스 정치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를 상대로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민간인에 대한 의도적인 공격 지시, 반인도적 범죄행위 등 혐의를 적용했다. 또한 칸 검사장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 최고사령관 무함마드 데이프,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에 대한 영장도 청구했다. ICC 재판관들은 체포영장 발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칸 검사장은 신와르, 하니예, 데이프에 대한 혐의는 “처형, 살인, 인질 납치, 강간, 구금 중 성폭행 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0월 7일 이스라엘에서 사람들이 침실과 집을 잃고, 키부츠(집단 농장)에서 쫓겨났을 때 세계는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ICC 수석 검사가 이스라엘 고위 정부와 군 관계자에 대해 체포 영장 발부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2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ICC 체포 영장 발부를 막아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2024.5.22(수)
'틱톡 금지법' 보복한 중국…갤러거 전 美의원 입국 불허
중국이 ‘틱톡 금지법’ 통과를 주도한 마이크 갤러거 전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장(사진)에 대해 입국 거부 등의 제재를 내렸다.
중국 외교부는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갤러거는 최근 빈번하게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훼손했으며,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언행을 했다”며 이날부터 제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갤러거 전 위원장의 중국 내 동산·부동산과 기타 재산을 동결하고, 중국 내 조직·개인과의 거래·협력을 금지했다. 중국 비자 발급과 입국도 불허했다.
대(對)중국 강경파로 알려진 갤러거 전 위원장(공화당)은 지난 3~4월 중국계 기업 바이트댄스의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의 미국 서비스 부문을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법안 처리를 이끌었다. 틱톡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며 미국에서만 1억7000만 명이 사용하는 플랫폼이다.
미국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틱톡 모회사가 중국 기업이라는 점을 들어 사용자 정보가 중국 정부에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왔다. 갤러거 전 위원장은 지난 2월엔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당시 총통과 라이칭더 현 총통을 모두 만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당시 그는 차이 총통을 ‘자유 세계의 지도자’로 부르며 “이번 방문은 대만에 대한 미 의회의 초당적인 지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갤러거 전 위원장은 작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장을 지냈고,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지원안과 틱톡 금지법을 의결한 직후인 지난달 20일 의원직을 사임했다. 지난 2월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의 탄핵에 반대한 뒤 극심한 당내 비난에 휩싸였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NBC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갤러거 전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 강경파에 대해 회의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5.24(금)
역대 최저 지지율 英 수낵 …'의회 해산' 승부수
영국이 오는 7월 4일 차기 정부를 결정하는 조기 총선을 치르기로 했다. 여러 정황상 14년 만에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20%대 역대 최저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는 리시 수낵 총리가 경제 성과를 앞세워 '정치적 도박'을 시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낵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깜짝 연설을 하면서 "영국이 미래를 선택할 순간"이라며 "7월 4일 총선을 치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수낵 총리는 찰스 3세 국왕을 만나 차기 총선을 위한 의회 해산을 요청했다.
영국의 다음 총선은 내년 1월 28일까지만 치러지면 되며, 총리가 조기 총선을 선택할 수 있다. 앞서 영국 정가에서는 보수당의 낮은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면서 10월 이후 연말에나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전망해왔다.
2019년 12월 치러진 지난 총선에서는 보리스 존슨 당시 총리가 이끌었던 여권 보수당이 하원 총 650석 중 365석의 과반을 차지했다. 당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인한 혼란 속에서 국민들이 안정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보수당은 2010년부터 데이비드 캐머런(2010~2016년), 테리사 메이(2016~2019년), 보리스 존슨(2019~2022년), 리즈 트러스(2022년), 수낵 총리(2022~2024년)까지 14년을 집권해왔다.
수낵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가 힘겹게 얻어낸 경제적 안정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수 있는 건 내가 이끄는 보수당 정부뿐"이라며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보호를 여러분께 제공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해낸 성취, 대담한 행동이 자랑스럽고 장래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자신감이 있다"며 "이제 문제는 여러분이 가족과 나라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 누굴 믿느냐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경제와 안보 위기가 차츰 회복세를 보이면서 보수당 정부의 성과를 강조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영국은 지난해 3·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반등했고, 10%가 넘었던 인플레이션율을 지난달 2%대 초반까지 잡는 데 성공했다. 올여름 금리 인하도 기대된다. 수낵 총리는 7월 불법 이민자를 르완다로 보내는 첫 항공편도 띄우며 보수적 색채를 강조할 계획이다.
제1 야당인 노동당은 정권교체에 자신감을 보였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소셜미디어에 "이 나라가 기다려온 순간"이라며 "더 나은 미래와 공동체, 나라를 위한 변화의 기회"라고 썼다. 이어 "보수당 집권 14년을 거쳐 이제 제대로 작동되는 것이 없는 것 같다"며 "혼란을 멈추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 재건을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보수당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았던 물가상승률 둔화와 경기 침체 탈출이라는 성과를 이뤘으나 난민 정책 대응 혼란, 국민보건서비스(NHS) 질 악화 등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첫 인도계이자 힌두교도, 210년 만의 최연소 총리 등 다양한 기록을 세운 수낵 총리의 비호감도가 약 70%에 달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총선으로 영국에 정권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9일 기준 보수당 지지율은 23%로 노동당(45%)의 절반 수준이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은 "수낵 총리가 도박을 택했다"고 보도했으며,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낵 총리가 가을 경제 호전의 기대를 멈추고 도박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특히 FT는 수낵 총리가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경제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선거 전문가 존 커티스는 현 추세대로면 보수당이 하원 650석 중 165석을 얻는 데 그쳤던 1997년 총선보다 더 적은 의석을 얻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中, 로켓까지 동원해 대만 완전포위 훈련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식이 치러진 지 사흘 만에 중국이 대만을 포위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중국이 대만 포위 훈련을 실시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23일 신화통신은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이날 오전 7시 45분부터 이틀간 대만해협과 대만 북부, 남부, 동부 및 진먼다오와 마쭈섬 등 도서 지역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훈련에는 육해공군과 로켓군 병력이 총동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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