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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하 "나는 테슬라에서 인생 주행법을 배웠다"

스토리 킹 2023. 12. 1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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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역주행 : 박수 칠 때가 아닌 편안해질 때가 떠나야 할 때다

실리콘밸리에서의 삶은 딱 두 갈래로 나뉜다

어떻게 보면 실리콘밸리에서의 삶은 딱 두 갈래로 나뉜다. 독보적인 제품 전문가로 성장해서 업적을 인정받거나, 제품 관리와 해내야 할 일들 속에서 헤매다가 다른 팀의 요청을 해결하지 못해 회사에서 성장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다. 즉 크게 성공하거나 혹은 완전히 도태되는 것이다.

나의 직함이었던 GSM은 비즈니스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서플라이어들이 디자인 및 엔지니어링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전 세계의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목표 가격과 수량에 맞게 대량생산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따라서 회사 내부의 팀들로부터 인풋을 끌어내고 진행이 더딘 부분은 해내게끔 하는 프로젝트 매니저의 특성도 갖고 있다.

엔지니어들과 수많은 미팅을 하면서 제품이 어떻게 구동되고 조립되며 어떤 로드맵을 바탕으로 개발이 전개되는지 등을 학습해나갔다.

GSM으로서 나의 업무는 영역의 한계가 없었으므로, 그야말로 내가 하기에 따라 일의 범위가 달라졌다. 엔지니어들뿐 아니라 내가 관리하는 서플라이어들과도 밤낮없이 많은 시간을 보내며 가격과 미래 물량 등 비즈니스에 대해 긴밀하게 논의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서플라이어의 CEO’라는 마인드로 공장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기계나 노동 인원들로 인한 문제없이 목표 수량은 잘 맞춰져 생산되고 있는지 등을 매일매일 업데이트 받으며 그들에게 가이드를 주었다.

애플에서는 주간 및 월간 리뷰(성과 보고가 아닌 업무 진행 상황과 목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개념) 포럼을 비롯해서 다양한 주제로 포럼이 열리는데, 이 자리에서 여러 부서와 다각도로 문제점을 들여다보며 이슈를 점검할 수 있다. 이러한 포럼과 미팅은 나에게 다양한 질문과 고민을 할 기회를 주었고, 이를 계기로 나는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되었다.

굿바이 애플, 컴백 투 테슬라!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다른 사람에게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으며 강한 실행력을 구사해서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번아웃의 위험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단순히 배터리라는 제품의 기술적 분석에 그치지 않고, 내가 배터리 분야의 CEO라는 마인드를 갖고 거시경제, 서플라이 체인, 가격 구조, 생산 운영 등을 총망라하는 공부를 했다.

제3장 Getting Things Done : 실리콘밸리에서는 일단 일이 되게 한다

애플과 테슬라의 공통점은 '거미줄'이다

피플 매니저

“이곳에선 너 같은 개별 기여자가 프로젝트의 주인이야.”
“그럼 매니저는 무슨 일을 해?”
“컨설턴트라고 생각하면 돼. 프로젝트의 주인은 너고, 네가 세운 계획과 해결안에 대해 매니저는 자신만의 경험과 다른 시각으로 가이드를 해줄 뿐이야. 너에게 뭘 어떻게 하라고 강요하진 않아.”

여러 개별 기여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피플 매니저의 역할은 여러 모로 중요하다. 그들은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줄 알고, 또 각각의 개별 기여자가 지닌 업무 역량과 스킬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서로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도움을 준다.

이슈를 정리할 때는 가장 먼저 이슈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일이 일어난 인과관계를 정리한 후, 발생 시점부터 지금까지 해당 이슈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정리한다. 이 과정에서 생산 물량과 가격 구조에 어떠한 영향이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상황 개선을 위해 어떤 액션을 실행했는지에 대한 현황과 미래를 ‘눈에 보이도록’visibility 하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처럼 생각하고 테슬라처럼 해내는 법

 ‘제1원칙 사고’first principles thinking로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이는 물리학에서 사용되는 방법으로 다른 가정이나 제안에서 유도하지 않고 근원적인 원리를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강조하는 ‘제1원칙 사고’는 바로 테슬라의 힘이다. 직관이나 유추에 의지하지 않고 철저히 본질에 접근해서 ‘원리’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안을 도출해내는 것이다

'What'이 아닌 'Why'로 질문하면 얻는 것들

실리콘밸리에서는 ‘시간도 없는데 그냥 가르쳐주세요’ 식의 태도는 통하지 않는다. 개개인이 독립적인 사고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만 한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문제에 대해 ‘아는 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리콘밸리에서 기존에 없는 제품을 출시하고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이유도 ‘Why’로 질문하기의 힘에 기인한다. 과거 애플이 아이폰 디자인을 구상할 때 개발자들은 이런 질문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기존 휴대폰에는 왜 키보드와 화면이 따로 있을까’, ‘왜 휴대폰은 복잡한 기계처럼 생겼을까?’, 이 근본적인 질문이 스마트폰 산업 전반에 놀라운 혁신을 몰고 온 것이다. 반응 속도가 빠른 터치스크린 등 수많은 기술들도 ‘Why’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질문 없이 기존의 개발 방식을 답습해 디자인했다면 지금처럼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하며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테슬라가 전기차를 개발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왜 기존 전기차는 골프 카트처럼 느리고 멋이 없을까?’, ‘전기차인데 왜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개발된 부품들이 많이 탑재되어 있을까?’, ‘전기차에 건전지 같은 형태의 배터리를 사용할 수는 없을까?’, ‘왜 차 안에는 이렇게 많은 버튼들이 있을까?’ 이러한 질문은 기존의 것들을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필요에 의한 디자인과 개발을 시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의식적으로 ‘Why’를 먼저 질문해야 한다.

데이터는 어떻게 테슬라의 무기가 되는가

문제 상황 정리Problem statement with quantifiable impact to company → 근본 원인 파악Root cause analysis → 취한 조치와 그에 따른 결과를 바탕으로 얻어진 시사점Actions taken & Takeaways→ 다음 단계Next steps

제4장 자율주행 : 테슬라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법

테슬라는 어떻게 '생산 지옥'에서 부활했을까

당신이 식당을 열었고 밥을 짓는다고 생각해보자. 공급업체에 한 달 분량의 쌀을 주문할 때 쌀의 종류에 대해 별도의 협의가 없었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식당의 전기밥솥이 한국 쌀로 밥을 짓는 데 최적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공급업체가 동남아 쌀을 보내왔다면 당연히 물의 양과 조리시간 및 압력 등의 기본 세팅을 변경해야 한다. 국내산 쌀이라 하더라도 햅쌀이냐, 묵은쌀이냐에 따라 밥물의 양이 달라지고 지역마다 다른 쌀의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쌀 포대 속에 벌레가 생겼다면 한 달 분량을 전량 폐기해야 할 수도 있다.

매우 단순한 예시지만 실제로 하이테크 제조에서 일어나는 이슈도 핵심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회사 차원에서 기술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이때 회사는 모델링을 통한 분석 예측뿐만 아니라, 실험을 수행하는 팀의 경험치에 근거한 판단도 고려해서 의사결정을 내린다.

테슬라의 프로젝트 매니저들이 살아남는 법

나는 개인적으로 ‘워라밸’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는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능동적으로 업무를 제어하기 힘들어서 퇴근시간과 주말만을 바라보며 평일을 견디는 수동적인 업무를 할 경우에는 워라밸이 중요하다. 하지만 스스로 찾아서 하는 일이라면 일과 삶의 밸런스를 맞추려는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자신만의 효율적인 방법을 자연스럽게 찾아갈 수 있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전략적 사고의 비밀

일론 머스크는 직원을 채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건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꼽는다.

여기서 문제를 푼다는 것은 객관식 답안에서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다.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환경에서 각자 처한 프로젝트 및 비즈니스 상황에 맞게 이슈를 정의하고 최적의 선택을 하며 일을 진행해 나간다는 뜻이다.

‘실패’로 인식하지 않고 ‘새로운 데이터가 쌓인 과정’이라고 보는 큰 차이가 있다.

한국 등 아시아 기업에서 임원은 의사결정자지만, 실리콘밸리의 임원은 컨설턴트다. 프로젝트의 주인은 각각의 담당자이고 상사는 개별 기여자들의 결정에 피드백을 주는 조언자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상사에게 ‘정답’을 요구하기보다는 ‘동의’를 구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실행, 실행, 오직 실행만이 혁신이다

2022년 2월,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는 반도체 부족으로 북미 8개 공장에서 생산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하지만 테슬라는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여파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 이유는 칩을 비롯한 전장품 설계를 외주에 맡긴 후 그를 조립할 뿐인 전통 자동차 회사와는 달리 테슬라는 핵심 칩을 직접 설계하고 반도체 회사와의 직접적인 공급망을 구축했기에 가능했다. 따라서 특정 칩의 공급이 부족했을 때 빠르게 디자인을 변경하여 공급의 여유가 있는 다른 칩을 사용해 피해를 줄였다.

이슈가 생기면 업체로부터 상황을 전달받아 그대로 나에게 알려주는 직원이 있는 반면, 먼저 생산라인으로 달려가 상황을 직접 이해하고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이슈를 면밀히 파악한 후 상황을 알려주는 직원도 있었다. 

타깃을 정확히 파악하고 스토리텔링으로 설득하라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원칙을 깨우쳤던 것 같다.
첫 번째는 청중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중을 알라’know your audience라는 말로 대변될 수 있겠다. 이는 훌륭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제1원칙이다. 청중의 백그라운드와 목표가 무엇인지 파악한 뒤, 유연성 있게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바꿔가면서 메시지를 전달하라는 의미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은 일을 잘 시키기도 하고, 위로부터는 실행이 가능한 피드백을 얻어낸다. 이를 위해서는 복잡한 정보를 단순화하여 청중의 니즈에 맞게 가공한 후, 다음 단계의 액션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에 관한 스토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탁월한 PM들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다.

제5장 미래에 만날 케빈들에게

실리콘밸리에서 내가 얻은 것과 잃은 것

‘이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때 그 생각을 멈추고, ‘이를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를 떠올려보는 것이다. 과거에 이런 경우가 있었는지 선례를 찾지 말고, 생각을 바꿔 내가 새로운 경우의 수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가고 싶은 미래로 나를 데려다 놓으려면

나는 나중에 커서 과학자나 의사가 되겠다든지 하는 무엇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보다 나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것을 활용해 더 발전한 후 나의 가치와 부합하는 기회를 잡으려는 과정을 밟아왔다. 동시에 나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에 신경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