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한국경제 (2024.4.27)
기아가 준중형 이상 차량에만 넣었던 하이브리드 엔진을 소형차에도 장착하기로 했다. 첫 모델은 신흥국을 겨냥해 개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넷’으로 확정했다. 내연기관과 전기구동 장치를 함께 넣어야 하는 하이브리드 특성상 차 길이가 4m도 안 되는 소형차에 탑재하려면 크기와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을 갖춰야 한다. ‘하이브리드 강자’인 도요타 등 일본 차가 시장을 휩쓰는 이유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계속 확대해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둔화)에 빠진 전기차 수요를 빨아들인다는 계획이다.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내년 출시할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소형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첫 모델인 쏘넷은 인도 베트남 등에서 지난해 10만3000대가 팔린 인기 차량이다. 이와 관련해 송호성 기아 사장은 최근 기관투자가에 “준중형 위주인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신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연비와 주행 성능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현재 6개(K5 K8 스포티지 쏘렌토 니로 씨드)인 하이브리드카 차종을 9개로 늘릴 계획이다. 셀토스와 텔루라이드는 2026년, 쏘넷은 2028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이를 통해 지난해 31만 대였던 하이브리드카 판매 대수를 올해 37만 대, 2030년까지 88만2000대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정성국 기아 IR담당 상무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하이브리드카 수요 증가에 충분히 준비하고 있다”며 “하이브리드카 생산 능력을 확대 중”이라고 말했다.
소형 SUV는 현대차그룹이 이제껏 하이브리드로 내놓은 적이 없는 차다. 쏘넷은 차 길이(전장) 3995㎜, 전폭 1770㎜로 국내 일반 소형차보다 작다. 현재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카 중 가장 작은 코나, 니로, 씨드(전장 4400㎜ 안팎)보다 짧다. 이렇게 작은 차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넣으려면 그만큼 작고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하이브리드 기술력이 정점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공간이 수십㎜만 작아져도 모든 설계를 바꿔야 한다”며 “기존 소형차보다 전장이 400㎜ 짧은 쏘넷에 하이브리드를 적용한다는 건 그만큼 신형 시스템이 경량화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쏘넷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현대차 베뉴에도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소형 하이브리드카를 장악한 나라는 일본이다. 도요타는 이 차급의 유일한 하이브리드카인 야리스 해치백(전장 3940㎜)과 야리스 크로스 SUV(4180㎜)로 지난해 유럽에서만 33만4000대 팔았다. 내연기관에 비해 판매단가가 높은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확대되면 기아의 수익성도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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